2019년 8월 30일 금요일

[여행기] 남미여행 - 태고의 자연에서 7박8일 동안 걷다. 토레스 델 파이네 O서킷 -2편- (Chile, Torres Del Paine)


<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5일차 캠핑사이트 Paine Del Grande >

 4일차에 무리하게 걸었던 몸을 쉬어줄겸 5일차 캠핑사이트는 전날 숙박 하였던 Grey산장과 그다지 멀지 않은 Paine Del Grande라는 곳 이었다. 여기서 부터는 W서킷을 걷는 트레커들 또한 합류하게 되는곳으로 이전보다 확실히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어느덧 텐트를 치는것도 익숙해져 적당한 자리에 재빨리 텐트를 치고 난뒤 좁디좋은 그 공간안에 들어가 인간의 무한한 호기심에 대한 책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 위대한 지식이나 예술 또는 사색을 접하는 순간에 순간적으로 나의 의식이 확장 되었다 돌아옴을 느낀다.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해 나는 익숙함 보다 새로움을 추구 한다.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6일차>

 W서킷의 시작 또는 종료지점이 되는 파이네 델 그란데 산장에서 걷는 이 코스는 또 다른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 했다.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6일차>

 이날은 전체 트레킹 일정중에 날씨가 제일 좋았던것 같다. 덕분에 유려한 풍경을 원없이 즐길수 있었다. 하지만, 고도가 높은 '브리타니코' 전망대에 올라가면서 체온조절을 잘못해서 인지.. 이날 숙박할때 부터 살짝 감기 기운이 돌았다.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7일차>

  7일차의 코스는 마지막 캠핑 사이트인 '칠레노(Chileno)'로 가는길 이었다. 여기서 마지막밤을 보내고 새벽에 일어나 토레스 삼봉에 올라 일출을 보는것으로 트레킹은 마무리가 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트레킹의 마지막날에 감기가 제대로 도져 버렸다. 걷는데 갑자기 주르륵 흐르는 콧물을 겨우 겨우 닦아가며 숙소에 도착 하였다.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7일차 캠핑사이트 Chileno>

 트레킹의 마지막 저녁은 산장에서 제공하는 석식을 미리 예약 했기 때문에 보다 든든히 챙겨 먹을수 있었다. 물론 가격은 어마어마 하게 사악하지만, 마지막 식사는 제대로 즐기고 싶었던 마음에 사치를 부려 보았다. 수많은 사람 가운데 동양인은 나 혼자.. 브라질에서 여행온 무첫이나 유쾌한 대가족 사이에 끼어서 먹다가 와인까지 얻어 마셨다.
브라질 음악이 무척이나 좋다고 여러가수들을 추천해 주었는데 하나씩 찾아서 들어봐야 겠다.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8일차 토레스 삼봉>

드디어 트레킹의 마지막 이다. 어두운 새벽부터 감기걸린 몸을 이끌고 토레스 삼봉에서 바라보는 아침일출은 묘한 감흥을 불러 일으켯다. 실제로 토레스 삼봉만 보러 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세개의 봉우리와 함께 어우러진 빙하호수는 너무 멋졌다.

아침에 몸이 너무 안좋아, 실제로 등정을 포기하고 바로 하산을 할까 생각 했었다. 하지만, 꼭 이곳에 닿고싶은 마음이 더 강했던것 같다. 동료들은 먼저 떠난 어두운 새벽에 산속에 랜턴 하나에 의지해 도착한 곳이니 만큼 보다 더 특별 했다.

 | 아직도 그 감각을 기억하고 싶다. 동료들은 먼저 떠났고 몸은 아프지만, 길이 하나도 보이지 않은 어둠을 향해 혼자 걸어 갔다. 그렇게 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

이렇게 온전히 '태고의 자연' 토레스 델 파이네를 끝까지 온전히 즐겼다.









[여행기] 남미여행 - 태고의 자연에서 7박8일 동안 걷다. 토레스 델 파이네 O서킷 -1편- (Chile, Torres Del Paine)

< 영화 와일드(Wild) 중 >

 그 언젠가 유난히 지친 금요일 저녁에 혼자 심야영화를 보러 갔을때 상영관에 홀로 앉아 무척 신비로운 감정으로 몰입했던 와일드(Wild)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를 보고 전세계 트레킹을 코스를 검색해 보았고..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광경을 보는 순간 쿵쾅 거리는 심장박동과 함께 나의 버킷 리스트 1순위에 리스트업 되었다.

 | 그곳에 내가 드디어 왔다. 이전에 나의 버킷 리스트는 '할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품는      것이었다면, 이제부턴 소망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위치 >

칠레의 거의 최남단에 위치한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은 CNN에서 선정한 죽기전에 가봐야할 10대 장소중 하나로 손꼽힌 곳으로.. 옥빛 빙하호수, 예측할수 없는 날씨와 거센 바람등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곳 이다. 공식적인 트레킹 루트는 보통 3박 4일 정도의 W서킷과 8일~9일 정도 공원 한바퀴를 완주하는 O서킷이 있다.
나는 7박8일 동안 140km를 넘게 걷는 O서킷을 하기로 결정하고 3개월 전부터 캠핑 사이트를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1일차 아침>

 트레킹을 출발하는 도시는 '푸에르토 나탈레스'라는 곳으로 전세계의 트래커들이 모여들어 생기는 특유의 설레임과 기대감의 분위기가 퍼져 있는 여행자 도시였다. 장비 렌탈샵에서 텐트와 식기류등을 빌리고 필요한 용품들은 구매를 한후 슈퍼마켓에서 8일치의 식량을 구매하여 배낭을 패킹 하였다. 
넉넉하다고 생각되는 배낭의 75L용량을 한참넘어 무게조차 감당이 힘든정도로 패킹이 되었다. 모든 초보 트레커들의 공통적인 실수임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나 또한 똑같은 우를 범한 느낌 이었다.

 | 무엇이 어리석음을 만드는가? 그것은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 대한 알수 없는 
   두려움 이었다.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1일차>

 가방에 한껏 담은 나의 어리석음의 무게와 함께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제 1코스를 걸었다. 배낭줄이 어깨를 파고드는 고통과 함께 첫날부터 스스로에게 의문이 들었다.
" 내가 완주 할수 있을까 ?"

첫날 목적지 까지 절반이나 왔을까.. 누군가 나의 배낭을 보더니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어깨로 매지 말고 허리에 얹는 느낌으로 고쳐매라고 조언을 해주었고, 해당 조언은 앞으로의 여정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그 누군가는 나와 동갑내기 한국인 친구로 나와 함께 O서킷을 걷는 유일한 동양인 이었다.

이렇듯 뜻하지 않는 인연은 언제나 소중하고 반짝이는 추억으로 남는것 같다.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1일차 캠핑사이트 Seron>

 첫번째 야영지에서 텐트를 설치하고 제일 먼저 한일은 정말 필요한 식량만 남기고 다 버리는것 이었다. 즉, 나의 두려움을 덜어내는 과정 이었다.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슬부슬 비내리는 텐트안 에서 혼자 느겼던 감정들은 '외로움'과 '걱정' 보다는 '고요하고 평화로움'을 느꼈다.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2일차>

 2일째는 보다 익숙해진 어깨의 통증과 함께 부던히 걸었다. 걷는 도중에 30분단위로 변하는 비, 바람, 햇빛이 다채로운 풍경을 선사 해주었다. 이곳의 묘미는 한없는 아름다움 보다는 변화무쌍한 다채로움속에 느끼는 순간적인 느낌들 이었다.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2일차 캠핑사이트 Dickson>

 두번째 밤을 보낼 캠핑사이트는 딕슨 이란곳으로 빙하호수 옆에 위치한 풍광이 정말 아름다운곳 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 이었던것은 아무런 고삐 없는 야생마들이 텐트 사이를 거닐며 풀을 뜯는 광경 그리고.. 옆의 분지에서 땅이 울리는 소리를 내며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들과 울음소리 들이 정말 야생에 있다 라는것을 다시금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3일차>


 간밤에 계속 비가 내린덕분에 3일째의 코스는 온통 진흙투성 이었다. 울창한 녹색의 숲 한가운데 진흙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돌과 나무를 의지하여 조심히 걸어가는 그때 그 기분이 그렇게 고생스럽지만은 않았다. 매일 매일 또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이 공원에 대한 감탄을 하고 있을때 진흙길이 끝나면서 펼쳐지는 풍경은 산 한가운데 녹지 않은 빙하와 호수 였다. 감탄을 떠나서 경이 로울수 밖에 없었다.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3일차 캠핑사이트 Los Perros>

 3일차 갬핑 장소는 어느정도 높은고도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확연히 추웠다. 이럴땐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과 술 그리고 이야기를 나눌 친구들이 최고!! 맨 오른쪽 친구는 내가 영화배우 '톰 하디'를 닮았다고 하니 무척이나 기분 좋아하며 웃어 댔다. 별것 아닌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낄낄 대던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유쾌해 진다.

 | 행복은 비밀로 존재하는게 아니고, 주위에 그냥 존재해 있는게 아닐까? 삶의 풍요는
   존재해 있는 행복을 바라볼수 있는 시선에서 비롯 될지도.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4일차>

 4일째의 트레킹 코스는 중간의 캠핑 사이트(Paso)를 지나쳐서 다음 캠핑 사이트까지 직행하는 코스로 가장 높은 고도와 긴 주행거리를 걸어야 했음으로 새벽부터 움직 였다. 가장 힘들었으나 최고의 비경을 선사 해주었던 코스 였다.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4일차>

거대한 그레이 빙하를 끼고 걷는 코스는 벅찬 장관을 선사 했으며... 가파른 바위를 오를때 불어온 거센 바람은 몸을 제대로 못가눌 정도여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었다. 괜히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 라고 불리는게 아니었다. 거센 풍속 가운데 흔들리는 외나무 다리를 1/3정도 왔을때 정말 다시 돌아가야 하나 고민을 했을 정도로 아찔했었던 기억이 난다.
가장 다이나믹 하고 멋진 코스를 겨우 완주하여 겨우 숙소에 도착 했을때의 그 안도감 과 포근함 또한 기억이 난다.

 | 걷는 다는것은 나에 대해 고요히 관조 하는것 이다. 그런 순간을 걷다 보면 외부에서 불어오는 어려움은 바람같이 지나쳐 간다는것을 느낀다. 어떨때는 그러한 어려움 또한 내 인생의 다양한 색채중 한가지로 받아 들이기도 한다. 걷고 쉬고 걷자.

.. 2편에서 계속






[에필로그]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 오다.

< 이집트 바하리야 사막에서, Egypt Bahriya Desert >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풀리지 않는 질문을 가지고 훌쩍 퇴사를 하고 1년 간 세계여행을 떠났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 왔...